대만의 여성 가수 아티스트, 거기에 페미니즘과 LGBTQ를 곁들인

해바라기 운동의 대만

대만의 음악은 본질적으로 사회운동과 관련된 부분들이 크다. 민중가요처럼 60년대 캠퍼스에서 부르던 포크음악부터, 2014년 해바라기 운동을 위해 락밴드 '멸화기 滅火器'가 작곡한 <Island Sunrise 島嶼天光>까지. 대만의 진보적인 이미지에는 음악 역시 한 몫 형성하고 있다.

과거에는 희망과 사랑을 담은 노래들이 많았다면, 최근엔 사회운동, 인식개선, 정체성에 관련된 메시지가 늘어났다고. 그 영향 중 하나로 아시아 최초 동성결혼 법제화를 지지하는 응원 콘서트 및 LGBTQ 친화적인 가수들이 기록이 많길래 궁금해서 찾아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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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하우스 라이브하우스 - 여무점(女巫店, which house)

타이베이에는 인디밴드들이 연주할 수 있는 라이브 하우스가 많다. 그 중 유명한 곳 중 하나로 국립대만대 근처에 있는 위치하우스 女巫店. 마녀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라이브하우스는 여성 뮤지션과 청중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성별다양성의 음악문화 지향하는 곳이라고 한다. 1996년대부터 지속적으로 공연 중이며 사회운동, 여성운동 등 다양한 활동 및 모임을 위한 장소로 운영 중.

 
공식티셔츠 봐 까리하다
홈페이지에선 굿즈 및 그동안 연주했던 아티스트 목록도 확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주소는 여기.
https://www.instagram.com/witchhouse1996

참고로 비슷한 시기(1994년)에 오픈한 중화권 최초의 페미니즘 전문 서점 '여서점女書店'은 같은 건물 2층에 있음. 와아 근본있는 건물.
 
 

 
閃靈 CHTHONIC －Doris (葉湘怡) 
 
블랙메탈로 유명한 밴드 써닉의 리더이자 베이시스트, 공동 보컬. 
얘들아 베이스가 할 말 있대 
근데 그게 인권활동가의 개쩌는 발언인.

써닉은 블랙메탈에 전통악기 얼후와 전통음율을 추가하는 등 민속적인 정체성을 보여주는 밴드다. 음악 자체가 사회운동, 대만독립 등을 다루는 곡으로 유명하고. 밴드멤버 모두 사회운동가이며, 보컬인 도리스는 여성의 사회적 자립과 관련된 인권활동도 같이 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헤비메탈 정치인 포스터

그리고 같은 메탈밴드의 리드싱어이자 얼후 연주가, 사회운동가, 차이잉원 총통을 지지하며 무소속으로 나섰던 전 민주진보당 국회의원인 린창줘(林昶佐)가 남편임.

네? 저분 '헤비메탈 정치인' 다큐에 나왔던 분 아녀요.
 
 
 

한국 21대 총선 선거운동에 참여한 후보자 가족들

 
오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도리스가 유세운동에 참여하면서 일어났던 대만 사회의 뿌리깊은 가부장제에 대해 대만대 학생회소속 젠더위원회가 '어느 누구도 다른 성별의 가족의 부속품이 되서는 안된다'라는 성명문을 냈는데 흥미로워서 가져와 봄.
 
린창줘가 출마할 때 도리스는 '내 배우자라서 지지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견해가 같아서 지지함ㅇㅇ 그치만 쟤 아내로서는 지지운동 안 참여할 거임. 우리는 사람에게 투표하는 게 아니라 '이상적인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라며 본인 주관을 명확히 밝혔나봄. 왜냐하면 대만 역시 가부장제의 영향으로 기혼의 정치인이 나서면 배우자 혹은 가족들도 유세운동에 참여해야 됐다고. 보통은 아내의 참여를 당연하게 여겼으며, 나오지 않으면 가족간 불화가 있는 거라며 비방의 표적이 되기 쉬웠음.
 

웹툰 '묘진전' 진홍의 열녀문 . 묘진전보세요 '어둠이 걷힌 자리엔'도 재밋어요

 
 본인의 이름은 지워지고 누군가의 아내로 적혀진다는 게 묘진전 열녀문 장면 생각나는구먼. 여튼 도리스와 린창줘가 합의 본 건 '후보자 ㅇㅇㅇ의 아내'라는 이름의 스트랩은 당사자의 이름을 지워버리고 부부 간 평등함을 해친다며 스트랩을 안하기로 결정했음.
 
그렇게 보궐선거 유세를 시작했는데, 현장에서 계속 저 후보자는 왜 아내 안나옴? 뭐 문제있대? 근데 저 사람은 누구여? 도리스를 모르는 지역 유권자들도 많았던 점에서 문제가 발생함. 사람들에게 후보자의 가족도 유세운동을 하러 왔다는 인상을 남겨야 하는데, 가족관계 소개로 시간을 할애하는 건 여러 지역을 움직여야 하는 선거운동의 효율성에도 영향을 미쳤고. 그래서 도리스는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배우자를 지지하고 '린창줘 부인' 이라는 어깨띠를 매겠다고 밝힘.

단 선거 후 한 달 동안 린창줘가 도리스의 본명인 '예상이 남편'이라는 어깨띠를 매도록 하여 형평성을 맞추기로 한 합의 하에.
 
 

 
결과는 당선, 린창줘는 페북 프로필 메인으로 위의 우측 어깨띠 사진으로 교체하며 공약을 이행했음을 보여줌.

결과적으로는 해피엔딩이지만 대만대 학생회는 왜 대만사회에서 여전히 선거운동의 배우자(특히나 남성유권자의 아내)가 나와서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이게 후보자의 공약과 무슨 상관인지, 후보자의 정치적 견해와 업적을 중시하는 것에 성찰해야 된다고 글을 남김.
 
 
 

 
여튼 다음 선거에선 같은 국회의원 후보 동료랑 데스메탈 공연 때의 분장하고 데드풀 코스프레 선거물을 냈네. 차이잉원이랑 같이...
뭔데 저 락스피릿

 

a-mei(장혜매, 장후이메이 張惠妹)

대만 푸유마족 출신으로, 대만 사회의 다양한 원주민 권리와 성평등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아티스트. 데뷔가 96년도라고 했으니 중화권에서 유명한 중견의 싱어송라이터. 아 2023년 섬머소닉에 오셨구나.
 

2021년 뉴욕 타임스퀘어 스크린에서 여성권리를 위한 연설 진행 (스포티파이가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동등한 아티스트 기회 창출을 위해 여성크리에이터를 지원했던 글로벌 프로그램)을 한 적 있었는데 이 당시엔 a-mei가 대만대표였는 듯.
 

성평등,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곡도 여럿 작곡하며 16년쯤 동성결혼 법제화를 위한 기부콘서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등, 중화권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 중 하나며 사회적으로도 영향력있는 아티스트.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는 가사 속 LGBTQ 요소 때문에 <rainbow>를 부르는 건 금지했다고 한다. 하여간 유난을...
 

https://www.youtube.com/watch?v=4cAp_IdqOuM

 

생각난 김에 대만 원주민인 파이완족 가수인 싱어송라이터인 阿爆(ABAO)도 자주 듣고 있어서 같이 남겨봄.

 

 
채의림(Jolin Tsai,蔡依林 차이이린)
 
99년도 데뷔 후 대만의 마돈나이자 레이디가가이자 중화권 올타임레전드 팝가수. 그리고 사회이슈 곡을 여럿 작곡한 사회운동 활동가로도 유명한 싱어송 아티스트으로, 학교폭력과 성차별에 대한 사건을 바탕으로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곡인 '장미소년 玫瑰少年 ' 발표 등 동성애와 페미니즘에 대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7hHofDW2ts

 

不一樣又怎樣(We're All Different, Yet the Same)의 mv에서 동성결혼식을 올리는 장면, '第二性'이라는 곡은 시몬 드 보브아르의 '제2의 성'에서 모티브를 딴 것이라고.
 
 
아 '메리마이데드바디'에서 나온 폴댄스 장면이 채의림 곡이었구먼. 동성결혼 법제화를 공식적으로 지지해서 퀴어들에게 원래부터 인기 많았다고.

최근 넷플에서 영화의 스핀오프작인 '장강경찰서' 나왔던데 1화보고 드랍함. 주인공 철없던 게 리셋되어서 대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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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현대 대중문화와 LGBTQ 흐름에 대한 내용은 아래에서 더. 
 

대만의 동성혼을 허하라

 

사유하는 목소리, 하카 음악의 여성성: 현대 대만 대중문화와 여성적 주체 | 뤄아이메이 - 교보문

 

비 온 뒤 맑음 | 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 -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