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 문화 다양성을 다루는 인디게임 리스트
오랜만에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디게임 중에서
하고 싶은 거 + 그동안 했던 거 위주로 정리해보는 글.
여주가 등장하는 인디게임은 찾아보면 은근 많지만
여자가 메인 주인공 나오면서 성인지 감수성 안 구리면서 + 비백인 위주로
마이너리티한 민족 문화나 설화를 다룬 게임들이 점점 더 대중화 되고 있어서 정리해보려고요.
인구 수로 따지면 마이너리티는 아니지만... 자주 접할 수 있는 켈트, 그리스, 게르만쪽 말고
게임 스토리텔링에선 많이 다루지 않았던 인도나 슬라브 전설도 포함되어서 마이너리티라고 적습니다.
자국역사 혹은 소수민족을 주제로 한 게임의 경우,
실제 해당 민족 구성원에게 검수받고 제작한 게임 위주로 선정했습니다.
이렇게 적은 이유가....2021년 우크라이나에서 발매되었던 'this land is mine'이라는 게임이 네이티브 아메리칸을 배경으로 해서 문제가 되었거든요. 그 이유가 네이티브 아메리칸(미국 원주민)에 대한 폭력성, 야만성 등의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게임 내 소재로만 써먹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비판받았던 사례가 있기 때문에.
심지어 외부에서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도 걍 이 얘긴 허구임ㅇㅇ 나 인종차별자 아니라고 무시하다 디스코드 대화들을 전부 삭제했었고요. 어딘가..익숙한 패턴...
이런 이야기는 21세기에 여전히 실존하는 사람들에게 2차가해가 되니 지양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제외.
최근 낫서프라이즈 벗 디스거스팅 하던 일들 때문에
스팀&콘솔게임들만 따로 정리하는 거 맞습니다.
1. 네버 얼론 never alone
알래스카 이누피아트족 전설을 배경으로 만든 퍼즐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애 볼빵빵한 거 봐 귀여워..
어른들은 뭐하고 애를 지금 저 추위에 내보낸다는 거야 비켜 내가 대신 간다
여튼 옆의 흰색 북극 여우와 함께 여자아이가 이상한 눈보라의 원인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
원래 네버 얼론의 제작배경은 문화보존 때문이었습니다. 비영리단체에서 고유의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까 고민하다 새로운 방식인 게임으로 만들어보자고 했던 거였거든요. 그래서 알래스카의 지역 장로와 사회구성원들의 검수를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2014년에 만들어진 이 게임은 2015년에 인디게임 수상식을 휩쓸었고, 이후 비주류 민속문화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이 늘어나게 되었고요. 현재 네버 얼론은 이누피아트족에게 훌륭한 교육자료로 사용될 뿐 아니라 게임 수익금 중 일부는 알레스카 원주민 위원회의 교육자금으로 후원되고 있습니다.
2022면에 속편 소식 있다길래 기대 중.
장르: 어드벤처 한국어 지원: O
2. 카르토 Carto
대만 원주민들의 문화와 복식을 모티브로 한 퍼즐 게임입니다.
사실 게임 배경은 가상의 섬이지만, 대만에서 만든 거라 부족문화에서 영향받았다고 해서 같이 적음.
지도제작자의 손녀인 주인공이 사고쳐서..할머니랑 헤어지고 섬마다 잃어버린 지도를 주워가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독특하기로 유명합니다. 보드게임 '카르카손'에서 영감을 받아서 플레이 방식이 신기한 것도 있지만,각 섬마다 인물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스토리가 세세한 부분에서 따스해서 인상적.
사고 친 손녀에게 "좀 놀랐지만 새로운 모험을 할 때구나!"는 식으로 할머니가 손녀에게 보내는 편지는 내용이나, 섬의 규율을 자신의 신념에 의해 어기겠다고 선언하는 주인공의 첫 친구 등.
차분한 분위기의 아트, 사운드 트랙과 함께 굉장히 사랑스러운 게임입니다.
장르 : 퍼즐 한국어지원 : O
3. 라지 Raji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거리의 곡예사인 주인공 라지가 동생을 구하려다 신들의 시험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로 힌두 신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
인도에서 만들어서 아트나 신화 재해석을 많이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게임 내 아트에서 파하리 회화를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좋고요.
최근엔 넷플릭스 게임에서도 플레이 할 수 있더라고요.
신화 속 전투의 여신이자 멘토인 두르가 앞에서 서 있는 주인공 모습과 함께 수상경력들.
거대한 인물 앞에 여주인공이 서있는 거 언제쯤 안 설렐 수 있을까.
플레이 방식은 갓오브워랑 비슷한 거 같은데요(갓오브워 안해봄)
인도의 대서사시인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의 영웅신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기원전 가부장적인 신화를 21세기의 페미니즘 우화로 재해석한 방향이 인상적이네요.
초반만 플레이했는데요. 위압적이고 화려한 인도식 사원으로 가득한 배경 속에서 라지가 신에 비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표현되는 3인칭 시점도 그렇지만, 라지를 관찰하는 두 신, 유지의 신 비슈누와 전투의 여신 두르가의 대화로 나레이션이 진행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작은 곡예사 소녀가 거대한 악신을 물리치는 운명에 대해 회의적인 비슈누와 라지의 가능성을 믿는 두르가의 상반된 나레이션은 스토리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낼지 기대되고요.
그리고 영어더빙의 경우 등장인물들이 모두 인도식 영어를 쓴다는 것도 좋음.
장르 : 어드벤처 한국어지원 : O
4. 테치아
올해2023년 goty에서 임팩트상 수상한 게임입니다.
오픈월드형 탐험 게임으로 제작진들의 고향인 뉴 칼레도니아에서의 추억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고향의 문화, 언어,야생동물 등 자연환경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는데요.
모아이 생각도 나고, 쓸 수 있는 능력들은 젤다랑 비슷한데 난이도는 더 쉬워서 온가족이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스팀에서 안풀렸고, 플스랑 엑박에서만 가능합니다.
장르 : 어드벤처 한국어지원 : O (스팀발매 2024년 3월)
5. venba 벤바
1980년대에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한 인도인 어머니인 벤바의 삶을 다룬 요리 게임입니다.
최근 이주민문화와 디아스포라에 관심가져서 얘도 메모.
이주민 가정에 대한 주제는 많이 봤으나, 자식 세대가 아니라 1세대인 어머니 관점 게임은 처음 보는 것 같고요.
플레이 방식은 요리게임이라 간단합니다. 주인공은 이민 직후 가문의 잃어버린 요리레시피북을 복원하는 내용인데요.
1시간 내외의 짧은 시간동안 고향인 남인도 음식의 전통을 추억하며
이민 1세대의 현지적응에 관한 어려움, 2세대인 자식들과의 이민국 언어구사능력 차이에 의한 갈등, 화합을 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인도계 이민자인 제작진들의 경험을 살린 내용으로, 실제 타밀 요리를 해보면서 방식이나 효과음을 넣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게임 배경은 토론토라고 정확히 명시하진 않았으나, 80년대 이후 스리랑카 내전 이후 많은 난민들이 토론토로 이주하여
게임 내에서처럼 라디오 방송국을 만들어 타밀족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장르 : 퍼즐 한국어지원 : X
6. 검은책 black book
19세기 러시아 설화를 바탕으로 한 턴제 카드게임형 rpg입니다.
마녀가 될 운명을 타고났던 바실리사(동화 속 주인공이랑 이름 같음)가 운명을 거슬러 러시아 시골마을에서 악마를 퇴치하기 위한 스토리입니다.
러시아 민담 중 하나인, 악마와의 만남에 대한 bylichka를 다룬 내용으로, 19세기 후반의 러시아 역사나, 슬라브계 민담, 문화, 종교 등 디테일하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최근 스팀에서 한글번역 되었으며, 제목만 알고 있었는데 러시아 민족지학자와 함께 협업했다고 해서 급흥미
장르 : 턴제 카드 RPG 한국어지원: O
그 외 여주인공이 아니거나,
문화다양성에 관한 내용은 아니지만 하나라도 속한 게임들
7. 헤븐즈 볼트 Heaven's Vault
최근 화제가 된 '챈트 오브 세나르'에 영향을 준 게임입니다. 첸트 오브 세나르가 바벨탑에 관한 내용이라면,
헤븐즈 볼트는 고고학자가 고대인의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다르지만요.
아우터 와일즈처럼 비선형적 방식으로 스토리텔링방식 안에서 문자를 해석해야 되니 조금 더 난이도가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대학원생 고고학자 주인공이라니 마음에 들어요 교수와 싸우다니 더 맘에 들어요
8. When Rivers Were Trails
그 외에도..네이티브-아메리칸에 대한 인디 게임은 기록용으로 정리.
1890년 미네소타의 선주민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1
9세기 미국에서 백인 정착민들의 식민지화가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교육용 2d 포인트앤클릭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네이티브 아메리칸의 문화와 역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인 엘리자베스 라펜세 Elizabeth LaPensee가
30명 넘는 네이티브 아메리칸 작가, 예술가, 음악가의 도움으로 만들었으며
tch.io에서 pc로 다운받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같은 제작자의 thunderbird strike도 설정이 흥미로워서 같이 메모.
이건 주제가 환경보호인데요.
북미에서 내려오던 천둥새 전설을 바탕으로
모든 걸 삼키는 뿔달린 뱀(Misikinubik) = 석유 파이프라인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주네요,.
7. 묶이지 않은 자들을 위한 우주 a space for the unbound
90년대 후반 인도네시아 시골학교 배경의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남학생이나, 인물관계성이 괜찮고 여주인 라야도 좋아해서 같이 적기.
90년대 말 인도네시아 고유의 문화나 음식, 생활을 자연스레 풀어내는 방식이 흥미로웠습니다.
제작진들이 말하길, 스토리 부분은 신카이 마코토에 영향받았다고 하여....취향은 아니었으나,
자국의 지역에 대한 애착과 향수를 담는 방식이 자연스럽고요.
1999년 세기말 종말에 관한 얘기라 기이한 장면도 몇 있지만
전반적인 내용도 따스합니다.
8. 반교 detention
대만 계엄령 시기를 다룬 그 게임!
사실 세세한 스토리는 호불호 갈릴 수 있어도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들 중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 성공적으로 전달한 스토리텔링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불쾌하고 낯선 상황 속에서 개인이 억압받는 심리상태와 문화적인 기억을 플레이어들에게도 자연스레 공유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점프스퀘어로 튀어나오는 목매단 형상(제작진 1의 눈물겨운 컨셉샷)은
플레이하면서 이게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개인의 죄책감이나 억압된 역사의 일부라고 인식하는 장면이라던가요.
낯선 역사를 플레이한다는 건.. 지금 생각나는 건(사실 잘 모름) 문명이란 사례도 있지만,
조선의 궁궐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 이여.. 이런 단편적인 부분인 경우가 많아서.
그러나 반교는 전달하는 정보가 제한적임에도
엔딩까지 가면 죽은 이의 회상을 통해 역사를 학습한다는 점에서 좋은 스토리방식이 아닌가 합니다.
걍 제가 좋아해서 급발진해서 쓰고 있는 거 맞음
생각난 김에 예전에 썼던 반교 글 좀 보고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