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인디게임 나인솔즈 nine sols (7) ~플탐 및 진엔딩까지 본 후기~

2024. 6. 10. 20:08Formosa/Nine Sols

728x90

 

 

* 노멀엔딩 / 트루엔딩 스포일러 있습니다
 

 

지난 글에 이어서. 진짜 후기의 후기

https://backup899.tistory.com/42

 

대만 인디게임 나인솔즈 nine sols 게임리뷰 후기 (6) ~ 인물 모티브와 신화 배경 해설 ~

지난 글에 이어서.진엔딩까지 보고 신화 속 모티브 찾아보기. https://backup899.tistory.com/41  대만 인디게임 나인솔즈 nine sols 게임리뷰 후기 (5) ~ 보스 올 클리어 후 노멀엔딩 까지 ~지난 글에 이어

backup899.tistory.com

 


 


1. 공포 게임 제작사의 액션게임 장르 전환

 

지금 보니 음양 태극무늬였던 포스터


레드캔들 게임즈의 5년만에 낸 신작, <나인솔즈>가 2024년 5월 말 발매되었습니다. 기존의 <반교>, <환원>을 이은 3번째 신작은 기존의 호러게임과 다른 분위기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인데요. 이번 게임은 <할로우 나이트>의 메트로배니아 액션물에 <세키로>의 패링 시스템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주관적인 나인솔즈 밴다이어그램

 

 

혼놀 겜덕이라 개인적인 기준이긴 한데요. 제작사의 기존 게임처럼 스토리 위주 호러게임을 좋아하는 유저와, 전투를 선호하는 액션게임 유저의 풀이 많이 겹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락덕처럼 10+10+10+10=10 한줌단도 아니고. 일단 전 호러게임 좋아하는 쫄보긴 한데 컨트롤 필요하면 바로 포기하거든요.

 

 

 

그래서 제작사도 새로운 장르를 도전해보고 싶으나, 기존 팬층을 생각해서 레벨 디자인을 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보스 패턴이 어려운 편이나 스토리모드가 있어서 바로 깰 수 있거든요. 전투의 경우 공격배율, 데미지 배율을 조절할 수 있고요. 공격 500% 피해 1%라는 사기비율로 원펀맨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친절하기도 해라.

 

하지만 그 외 길찾기나 점프 타이밍은 오직 플레이어의 컨트롤로 깨야 하니 너무 쉬운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스토리모드로 진엔딩까지 봐서 게임성에 대해 뭐라 적을 말이 없긴 합니다. 메트로배니아 장르는 처음이라서 장르 문법도 잘 모르고. 할로우 나이트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건 알지만요.

 

 

 

이런 게임이 스토리와 상관없어도 개미굴같은 맵을 모두 탐험하고, 특정 스킬을 획득해야 돌파할 수 있는 구간이 있고, 그런 경험이 쌓여야 보스몹과의 스킬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같은 경우엔 이런 종류의 컨트롤 요하는 게임은 너가 디지나 내가 던지나 하다가 포기해서.... 

 

 

 

그래도 게임 곳곳에 제작진들이 기존 팬층과 신규 팬층 동시에 잡아보려고 고심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아예 메트로배니아를 좋아하던 플레이어가 아니여도 스토리 모드, 공격배율, 널널한 점프판정 등 세심하게 배치했고요. 이런 장르를 아예 해보지 않았던 사람 입장에선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 이해하기 쉽게 잘 구상했다는 느낌입니다. 아마 어렵게 플레이하길 원하는 고인물들에게도 난이도가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발매 이후에도 유저들의 의견을 꾸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맵 뚫기에 편의성을 추가한다던가요. 기존에 800원이던 지도 칩 값을 반으로 줄이고, 원래는 칩이 없으면 지도 확인이 불가능했으나 최근엔 일부 길을 지나가기만 해도 지도에 뜨는 등 길찾기가 조금 더 쉬워졌습니다.

 

 

 

2. 스토리에 메시지를 녹여내는 방식

 

 


이번 신작에도 제작진이 만들고 싶은 걸 다 넣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애니메이션, 컷형 만화, 액션, 패링, 고어, 도교, 그리고 수인....

이걸 다 섞어요? 하는데 먹을만 하네요. 뭐지?

 


김찌 장인들에게 늘 기대하는 것이 있잖아요. 이 제작사에 기대하는 건 스토리에 본인들 하고픈 메시지를 녹여내는 방식이었는데요. 그걸 기대하고 있던 입장에선 나인솔즈는 만족스러운 게임입니다.

 

그런데 그게 오타쿠st 게임이 되는 순간 애매해지고 있습니다. 오타쿠를 설레게 하는 캐디와 설정은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인 감성은 절대 아니거든요.

하지만 전작들이 하버드 동아시아 전문 도서관에 영구보존 돼서 명예를 얻었는 걸.. 오타쿠 게임 한 번 만들어도 되지 않나..? 환원에서 맘고생 심하게 했으니 3번째는 하고픈 거 해 볼 수 있지 응원합니다 계속 내주시오...

 

게다가 여기 작품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스크립트를 잘 쓴다는 것도 있었거든요. 대사가 작위적이라는 느낌 들면 저런 대중 타겟은 아니군요... 끝까지 못보는 병에 걸려서. 극단적으로 젤다를 깰 수 있었던 이유는 주인공이 말을 안해서 였거든요. 말을 못하면 아예 하지를 말라는 좀 극단적인 성향이라 어쩌겠습니까.

 

 

특히나 옛 시조를 인용하는 치우

 

 

그런데 중국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주 쓰는 것처럼.. 나인솔즈에서도 사자성어와 옛 시구 인용이 굉장히 많습니다. 지인과 얘기하다가 추측건데 전우치 수준 아닐까, 추측 중. 그런데 지금 한국어 번역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한국어 구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맡긴 거 아닐까 생각들 정도로요.

하지만 인디게임계가 순탄한 것도 아니고. 꼬우면 알아서 언어 배워야지... 에러 땜에 스팀 커뮤니티 들어갔더니만 러시아어plz 스페인어도 어떻게 안될까... 글 달렸던데 번역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여기는 중..

 

 


그런데 이전 호러게임의 스토리 진행방향이 아이템수집 > 숨겨진 이야기 알아내기 이런 식으로 미스터리를 밝혀낸다면, 이번 게임은 길찾기 & 아이템수집 > 보스를 잡아야 스토리가 풀리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스토리를 바로바로 풀어내기 어려우니 인물들의 대화와 과거회상을 통해서 전반적인 주제와 메시지를 담아내야 하고요. 그런데 그게 보스 하나 잡으면 바로 까먹어버림.

 

 

 

 

나인솔즈를 도교식 타오펑크라고 부르는 이유는 게임의 전반적인 메시지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생과 사는 자연의 순리이니, 자연으로 인한 멸종 역시 자연의 순리라고요.

 

주인공 '예'와 보스들인 아홉 태양은 역병을 피하고 죽음을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섬 하나를 우주선으로 만들어 우주를 떠도는 중이었고요.

우주선 수용인원이 999,999명이고 계속 9가 언급되는 것도 중국어로 숫자 9가 '영원과 장수'를 의미하는 것도 있고요.

 

 

노자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담'과 예의 동생 '항아'의 대화에서 계속 언급되듯이 태양인들이 추구하던 불멸은 도교가 추구하는 '대도(大道)'의 방향성이 아닙니다.

최종보스인 '역공'이 불로불사를 연구하다 순리에 어긋난 일을 저질러서 '천벌'이라고 부르는 역병이 퍼지게 된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하지만 항아가 말한 것처럼 태어난 곳에서 꽃으로 돌아가는 것 역시 자연의 생과 사의 순환이며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일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도구라며 이성을 중시하던 과학자인 예는 이러한 도교의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자기가 저질렀던 죄를 무시하면서요. 그러나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500년이 지난 후에서야 예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본인의 죄를 받아들입니다. 태양인의 생존을 위해 많은 이들을 희생했으니, 태양을 활로 쏘아 인간들을 지구로 돌려보내며 자기희생을 하면서요.  

 

 



이러한 메시지는 후반부의 독백을 통해 전달됩니다. 과거 예가 쓰러트린 태양들을 보여주며, 태양이 천천히 지는 연출과 함께 이런 나레이션이 나옵니다.

 

'우리는 태양이다.

태양은 언젠가 지며, 우리는 이미 석양이 되었다.

어두워지기 전, 옮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우리는 태양일 뿐이다.'

 

모든 걸 압도하는 태양처럼 다른 종들을 죽이면서 생존해왔으나, 태양 역시 영원하지 않으며 언젠가 석양처럼 저문다, 그 과정은 자연의 섭리이며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말하면서요. 예는 이 환상을 통해 자신의 종족이 쇠퇴기에 들어선 것이 잘못은 아니고, 죽음을 피하는 게 아니라 자연의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인정합니다.

 

 

 

 

환상의 마지막은 오늘 저녁밥이 기대되지 않냐는 헌헌의 목소리와 함께 환상에서 깹니다. 예는 그동안의 헌헌과 항아와의 대화를 통해 본인의 과오를 인정합니다. 생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타인들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발버둥 치는 것보다, 사랑하는 이들과 희로애락을 느끼며 순간을 충만하게 사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는 걸요. 


철학적인 주제를 내포하는 게임은 그 주제의식으로 가기까지 설득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이 장면과 예의 행적을 통해서 충분히 전달하지 않았나 합니다. 약간 슬레이 더 프린세스와도 결이 같네요. 그쪽은 불교쪽에 가까운 것 같지만.

 

 

그래서 배드엔딩은 예가 멸종을 부정하고 고향인 곤륜으로 돌아와 여전히 누군가를 착취하며 병을 치료하기 위해 생을 이어간다면,

진엔딩에선 생과 사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고대 인류를 위해 희생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래서 진엔딩 후 메인화면이 바뀌는 것도 헌헌과 인간들의 삶을 새롭게 정착하는 것으로 마무리짓고요. 근대 덕후라서 근현대사가 더 맛난데 힝 하지만 옛 신화를 각색하여 본인들이 하고픈 메시지를 담는 건 여전히 맛도리네요

 

 

 

 

 


그럼 이쯤에서 어른스럽지 못하게 남의 취향 비존중하는 발언 남기기

 


 아니 동물친구들 좋아해요. 그런데 저도 답없는 오타쿠지만 섹슈얼한 코드가 들어간 퍼리는 취향이 아니라구요.

근데 여기선 아주 그냥 입가에 들이부음

 

 

 

 

수용범위가 대충


모동숲 - 동물 칭구칭긔 
던전밥 이츠즈미 - 인간이랑 고양이 섞였으니 오케
주토피아 - 디즈니니까 오케 (일단은 건전한 현대우화를 표방함)
인간에게 동물귀 : 인간형에 대한 기호의 기준이라 오케
비스타즈 : 마티유 아말릭으로 모티브 잡았다고 해서 좀 흥미있었으나 (마치 제레미 아이언스 사진 보고 스카그리던 디즈니 원화가처럼) 중도포기. 작가가 인간 몸보다 동물 몸을 그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서 좀 흥미있었음 
주토피아 호랭이 & 나인솔즈 일부 : 으

 


여성형 인물에게만 음험하게 굴곡그리는 퍼리가 싫다구요 외치다가 절전 누드보고 할 말을 잃어버림.

아 그렇게나 넣고 싶으시다면야...

최근 갓갓갓 보다가 최애게임이 퍼리? 흠 가능 하는 놈들로 오염되어 극혐하던 주인공 심정이 갑자기 이해 감. 여튼 특정 취향을 가진 분에게도 어필하고 싶다면야 뭐... 새로운 도전 응원합니다....

 

그런데 구망과 부접 등장하는 장면에선 불필요하게 약자를 향한 폭력신만 노출했다고 생각함. 아무리 고어 지향이라고 해도 스토리에 중요하지도 않은 부분을 굳이... 진짜....역공 전투장면에선 깔끔하게 넣었던 것과 비교되어 너무 실망한 지점.

 

 


결론 :

메시지 전달 방식은 늘 좋았으나 이런 류의 게임을 안 해본 사람 입장에선 약간 밍숭맹숭.

하지만 어떻게 3연속 갓겜일 수 있겠어 다음 작품도 응원합니다



 

300x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