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솔즈로 보는 게임 내 가공언어와 대만의 고대언어 재현

2024. 7. 7. 21:37Formosa/Nine So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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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심심해서 뭐 재밌는 거 있나 스팀세일을 쑤셔보다가 19세기말 제정러시아 배경으로 망한종교 망한신앙 망할국가를 다루는 '인디카 INDIKA'가 최근 발매되었더라고요. 러시아 정교회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들어가서 사법부에 제재받고 해외도피 했다길래 오 뭐지. 포스터부터 인디영화 느낌나긴 한데 흥미있을 유.

아직 한글번역은 없는 데다가 노트북에선 안 돌아갈 것 같아서 포기하긴 했지만 일단 찜해뒀거든요.

 

그러다 나인솔즈 인터뷰에서 고대의 가공언어 창작과정이 언급되었길래 갑자기 궁금해짐.

그르네 대만의 고대언어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지,

안그래도 대만의 이중언어에 흥미로웠던 터라 관심사랑 엮어서 적어보는 글.

 


 

1. 대만의 다중언어 

 

한국은 단일민족에 의해 단일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입니다. 암기식 교육과정으로 배울 땐 글쿤ㅇㅇ 하고 다른 나라도 비슷하려나, 넘긴 게 타 국가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이어져서.. 반성합니다 흑흑. 

 

이미지 출처 : bubbleteaisland.com

 

대만은 다민족 - 다중언어로 이뤄진 국가입니다. 대만의 국어인 대만중국어 외에도 민남어, 객가어, 선주민들이 사용하던 원주민어 등등 여러 언어가 존재합니다. 옛부터 섬에 살던 선주민 외에도 식민, 점령을 겪으며 청나라, 일본, 중국 본토 등   다른 언어를 쓰는 여러 민족이 이주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대만에선 시대마다 다양한 언어정책을 시행했고, 기존 언어들도 복잡한 변화 과정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시대마다 국어에 대한 정의도 바뀌게 되었고요.

 

 

 

 

 

현재 대만에서 '국어'라고 불리며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대만중국어(Taiwanese Mandarin)입니다. 중국에서 쓰는 표준중국어(보통화 普通话 혹은 화어華語, mandarin이라고도 부름)와 달리 간체 대신 번체를 사용하고 억양도 다른 게 특징입니다. 

 

일본이 식민지 지배를 하던 일치시기엔 대만에 '국어'라는 개념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945년까지는 일본어가 국어였습니다. 그러다 2차대전 이후 국민당 정부 시절에 장제스가 쓰던 중국대륙 북경어(Standard Mandarin)를 국어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 외 다른 언어는 모두 배척당해 1987년 계엄령이 끝날 때까진 공공장소, 학교에선 타 언어 사용이 불가능했었습니다.

 

17세기 타이난에 네덜란드인이 지은 안평고보(安平古堡)

 

 

현재 대만에서 대만어라고 불리는 건 민남어입니다. 17세기에 정청공이 대만에서 내덜란드를 몰아낸 뒤 대만에 같이 이주한 한인들이 민남어를 썼거든요.

그런데 또 언어가 계속 바뀌다보니 19세기 일본 통치시기까지의 대만 민남어와 중국 민남어는 서로 달라서 민남어 = 대만어가 되었다고 합니다.    

 

국공내전 당시 장제스를 풍자하던 프로파간다 포스터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장제스가 지 편인 국민당을 끌고 대만에 왔을 땐 권력자들은 중국 대륙의 중국어만 가능했습니다. 그 당시 대만의 일반 국민들이 자주 사용하던 대만어(민남어), 객가어, 선주민어엔 익숙치 못했습니다. 그래서 걍 하나로 통일하라고 지들 맴대로 타 언어를 배척하게 된 것.

 

장제스로 인해 정착된 대만중국어도 몇 십년이 지나다보니 민남어의 영향을 받아 대만식 억양도 강하고.. 시대가 지나면서 국어도 변화해서 독립된 언어가 아닌 중간언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20세기가 되면서 국어라는 개념은 '국가언어'를 의미하는 건데, 대만은 다언어국가다 보니 하나의 언어만 국어라고 부르는 건 타언어 존중에도 어긋나게 되어버리는 거죠.

그래서 원래 향토언어로 불리던 민남어, 객가어, 선주민어는 차별적 요소로 인해 본토언어라고 명칭도 바뀌게 되었다고 합니다. 

 

 

 

1987년 계엄령 해제 이후, 모국어 유실의 심각성을 알게 되자 민진당 집권 하에 2019년 국가언어발전법( 國家語言發展法)을 시행했습니다. 표준어를 제정하지 않고, 다문화 발전을 존중하고 언어격차를 줄이고 다문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요.

 

그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은 들겠지만.. 21세기의 다문화시대에ㅔ 필요하지 끄덕끄덕.

그래서 대만의 지하철을 타면 여러 언어로 안내음성이 나옵니다. 게다가 각 언어의 공인시험도 보면서 본토언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도 높아졌다고 합니다. 결국엔 사회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는 시민들의 합의 하에 이뤄진 정책이니까요.

 

 


2. 대만의 고대언어

 

 

상고한어

 

그렇다면 대만의 고대언어는 무엇이냐 할 때.. 대만의 역사를 어디에 기반으로 둬야 할지도 생각해봐야 하지만..어쩔 수 없이 현재 쓰는 대만중국어를 원형으로 둬야 할 것 같습니다. 

 

고대중국어라고도 하는 상고한어(上古漢語)는 갑골문을 쓰는 게 특징으로, 베트남어랑 비슷하게 들린다는데요. 

고대언어는 관심없어서 패쓰!

 

 

 

중고한어

 

그 후 중세중국어인 중고한어(中古漢語)가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좀 익숙한 한자가 보이네요.
나인솔즈에 나오는 태양인의 언어는 중세 중국어를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인터뷰에서 언급되길., 대만어(민남어)의 성조와 음에 대해 더 깊게 파고들면서..

민남어, 객가어, 광동어, 중세중국어를 연구하여 3개월 간 작업했다고.. 대체 왜 거기까지...

 

출처: https://m.gamer.com.tw/forum/C.php?bsn=74687&page=&snA=152&last=
다 뜻이 있다!

 

 

나인솔즈가 고대 배경의 SF라서 새 언어가 필요하다고 느껴서 만들었다는데

네? 게임 만들려고 언어랑 글꼴까지 만들어요?

 

 

 

게다가 게임 배경에 문자가 있어야 하나, 현대 한자는 몰입감을 떨어트린다는 이유로

문자 표기는 키보드 입력방식인 창힐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글꼴을 자체개발했다고 합니다. 

 

창힐(蒼頡)은 한자의 시초이자, 도교에서 문자의 신으로 여겨지는 인물입니다. 키보드 입력방식인 창힐수입법은 대만의 컴퓨터공학자인 주방푸朱邦復가 발명한 중국어입력기로, 한자를 파자해서 입력하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kk음성기호 & IPA 음성기호

 

그 외에도 단어를 자동으로 태양인어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KK 음성기호를 포함했다는데요.

글쿤 이거군요

너무 전문적이다 음성기호는 관심분야가 아니라 패쓰!

 

 

 

 

3. 대만 내 다언어 사회문화 정책

 

대만에서 이런 정책을 국가법으로 시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대만의 탈중국화와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처음 인터뷰 읽고 3개월 동안 언어전문가랑 엮어서 만들었다고 할 땐 굳이..? 싶었는데요.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가장 대만적인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제작사에서 언어의 기원을 무엇으로 뒀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대만은 단일언어 체계가 아니니 그 나라의 고어(古語)가 무엇이냐고 할 때, 원래 섬에 거주하던 선주민들의 원주민어 혹은 중국어를 원형으로 둬야 할지 애매하고요. 그래서 상고시대가 배경이라도 중국 본토로 언어의 뿌리를 두는 게 아니라 창작언어를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발매 전 홍보단계에서 대만에서 만든 창힐언어체계를 써먹은 것도 그 이유도 있었지 않았나 싶고요. 안그래도 전작에서 시진핑핑쓰 부적으로 논란났는데 중국이랑 더 엮이면 곤란할 것 같고. 

 

동화책 옆에 써진 주음부호

 

사실 반교에선 사망 시 등장하던 할머니는 민남어로 조언하고, 환원의 선주민 등장하는 동화책에선 주음부호가 나온 거 보면 꾸준히 대만 언어에 대해서 나오다가 나인솔즈에서 폭주한 듯.

 


 

https://www.youtube.com/watch?v=pMaaYfnedtg

 

 

여튼 대만의 다언어 발전 정책은 여전히 찬반의견이 갈리고 있었습니다만, 최근 나인솔즈 엔딩곡을 불렀던 콜라주가 대만 음악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논의된 듯...에구머니나.

 

 

 

2024 - 금곡장 최우수 화어(대만중국어) 앨범후보

 

2024 - 금곡장 최우수 대만어(민남어) 앨범후보
2024 - 금곡장 최우수 원주민어 앨범후보

 


위의 국가언어법 시행정책 중 하나로 대만 음악상인 금곡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국가에서 진행하는 음악상이 수상작을 언어별로 구분하는데요. 최우수앨범상은 대만중국어, 만다린어, 민남어, 원주민어 이렇게 나뉩니다.

 

이렇게라도 소수언어에 대한 관심과 가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다문화시대에 이렇게 언어를 나뉘는 게 맞냐는 의견이 계속 나와서.. 그런데 신인상을 받았던 콜라주의 경우엔 단일언어로 분류내릴 수 없이 민남어 + 일본어 + 원주민어를 섞은 곡이라. 대만 다문화사회의 상징으로 화제가 되었고 앞으로도 꾸준히 나올 주제일 듯.

 

 

대만 응 앨범


 노 파티 포 치오동에 이어 콜라주랑 협업한 게 글쿤 레드캔들의 보석함에서 또 좋은 인디밴드 꺼낸 건가 했는데 여기도 이런 히스토리를 가진 다국어 밴드라서.

 

와중에 차오동은 2024년 금곡장에서 최우수 화어앨범상을 비롯하여 3관왕 수상했더라고요

와아 축하합니다 아팝페에서 드럼 미쳤더라고요 내년엔 단콘으로 내한하는 거 맞지

 

 

 

https://everylittled.com/article/95921

 

從老王樂隊到草東沒有派對,談談台灣獨立樂團的「中國腔」現象

繼周杰倫、王力宏帶起的「中國風」之後,近年來,台灣社會對「中國腔」的討論似乎也變得越來越頻繁。最早出現的激烈討論是針對台灣藝人到中國演戲、主持後,說話腔調出現變化(所謂的

everylittled.com

 

사실 옛 기사 찾아보다가 차오동이랑 라오왕밴드가 본토 중국어 발음을 써서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는 걸 보고 이게 기사까지 뜰 일인가? 생각했지만 이런 맥락에서 보니 아하 사투리같은 억양 차이 혹은 단어선택에서 문제가 되었나보구나

이제야 이해해서 정리.

 

대만인디밴드 붐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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