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원:디보션 - 게임의 종교적 상징 의미 분석, 해설 (1)

2020. 8. 11. 20:34Formosa/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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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반교를 비롯하여 게임의 결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레드캔들게임사의 반교:디텐션 후속작인 환원:디보션은 1980년대의 대만의 한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공포게임이다. 종교가 일상이던 시절에서 잘못된 믿음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가. 역사가 두려움으로 다가오던 시절을 다룬 것이 반교라면 환원은 소원이 공포가 될 때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 제작진들이 공포를 접근하는 방식이 흥미로워서 이후 나올 차기작도 기대되는데, 반교와 마찬가지로 환원 역시 대만의 종교관을 깊숙히 다루고 있어서 한 번 지금까지 찾아본 것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대만의 종교관

대만의 용산사

대만을 여행하다 보면 종교 사원, 거리 제사, 운세 점치기 등 종교와 관련된 장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대만은 종교와 삶이 밀접하게 연관된 나라이나 종교관이 몹시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리고 국내연구자료도 많지 않다. 유교, 불교, 도교, 토착신앙 등 이것저것 많이 섞인 데다가 기복신앙을 바탕으로 한 미신과 종교는 삶에 밀접한 하나의 문화에 가깝기 때문이다. 

 

게임배경은 80년대의 대만으로, 전작 반교가 장제스 치하에서 계엄령이 내려졌던 시기였다면, 환원은 그 후 20년이 지나고 계엄령이 해제되었을 때가 배경이다.

80년대의 대만은 경제 호황을 누리며 각종 엔터테인먼트가 성장하면서 대중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일반인들도 돈만 있다면 사치품도 비싼 값 들여가며 살 수 있었고 잘살아보세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었으나 그 이면엔 아메리칸 드림처럼 어긋난 바람이 생겨났다.

노력하는데 왜 난 남들처럼 성공못하지? ->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주겠지!

그렇게 사람들은 초자연적인 힘에 기대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대만에서는 기복신앙이 대세라서 그게 당연하기도 했고. 

 

 

사실 게임에 나오는 종교는 모두 가상으로, 자고관음이란 건 없으니 그런 거 믿으라 하는 사람은 사이비니 무시하면 된다. 게임에서 전달하고 싶은 건 한 가족의 그릇된 믿음에 대한 얘기지, 기존 종교에 대한 비판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기에

독창적인 요소를 추가했다고 제작진은 말한다. 그래도 게임에 나왔던 종교과 민간신앙엔 모티브가 있으니 그쪽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자고관음의 모티브와 상징성

 

게임에 나오는 사이비 종교 자고관음(慈孤觀音)의 자고는 사랑 자에 외로울 고.  이름처럼 불교에서 자비의 여신인 관음보살이 모티브다.관음보살은 가족의 화합과 안전을 빌며 풍수지리에서 화장실을 지키는 신이다. 그리고 환원 디보션에선 추측건대 대만의 고유의 측신도 같이 섞인 것 같다. 자고(慈孤)란 말이 중국 민속신앙에서 측신을 뜻하는 자고(紫姑)와 비슷하기도 하고.

불교학자가 자고관음 그림보고 '....저건....악신인데여...?' 분석한 게 웃겨서 더 찾아보니, 자고관음엔 관음보살과 함께 대만의 측신설화인 의자고(椅仔姑)가 모티브.
 

사진 출처 : 妖怪臺灣:三百年島嶼奇幻誌‧妖鬼神遊卷


의자고는 옛 설화에서 가정폭력과 학로로 사망한 소녀로 대나무 의자에 앉아서 죽었다고 '의자고'라 부른다. 학자들은 이 의자고가 측신 관습에서 진화했다고 추측하는데, 하여간 동아시아 측신 설화는 죄다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이지. 
백중과 같이 대만의 명절인 중추절, 등불축제 기간에 조상을 비롯한 죽은 이들, 신들을 포함하여 측신, 의자고를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환원이 발매된 날은 등불축제기간이라 이 의자고는 두메이신과도 같다.
이 자고관음을 믿는 사이비단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게임 발매하기 전, 홍보마케팅 용으로 만든 ARG에서 자세히 풀렸다. ARG와 관련된 내용은 나중에 따로 적어보기로 하고, 자고관음에 대해 더 얘기해보자면,

 

 

대만엔 숭배를 맹신하지 말라는 뜻의 '別亂拜'란 단어가 있다. 대만의 민간신앙을 비롯하여 신이 워낙 많으니, 그 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무차별적으로 숭배하는 건 피해야 된다는 말이다. 실제 이건 대만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신과 귀신을 구별하지 못하고 길거리의 조그마한 사원에서 기도하는 것을 피하라고 하는데, 이를 구별하는 방법들도 세분화되어있을 정도다.

 

게임에 나오는 허선생네처럼 아파트 안에 있는 불단은 누가 봐도 수상한 장소다. 만일 한국이라면 무당집이 일반 집이 아니라 아파트에 있는 걸 보고 왜 무당집이 여기에???? 의아하게 여기는 것처럼. 그러니 전문가는 자고관음처럼 인간이 만든 개인 부처같이 기원이 불분명한 건 피해야 된다고 말한다.

 

 

더 잘보이게 흑백으로 변환한 자고관음.

흑백사진만 딸랑 있으면 무서워서 하는 김에 배경도 추가했다.

비교를 위해 불교학자가 올려준 관음보살 그림과 함께 보면 비슷하긴 한데 뭐가 많이 다르다.

 

먼저 이마에 있는 문양은 도교의 태극음양도 아니고, 비슷한 모습을 띈 물고기 두 마리다. 이스터에그로 넣었던 시진핑핑이 퇴마부적 상단에도 저 문양이 달렸고. ARG에 언급되기도 했는데, 저 자고관음을 믿는 단체인 루신교의 상징이다.

물고기는 불교에서 풍요와 자유를 상징하며(반교에선 금붕어가 나온 것처럼) 음양의 문양을 이루며 끝없는 환생을 이룬다. 사이비 답게 좋은 거 다 챙겼네.

 

그리고 자고관음은 4개의 팔을 가지고 있는데 대만에는 사실 4개 팔의 신은 거의 없다. 대부분 2개 혹은 6개가 달렸다.

 

불상의 손은 아래에 연꽃, 위손은 불교에서 사용하는 영탁(鈴鐸)이란 방울, 도교에서 사용하는 일월보선(日月寶扇) 부채를 들고 있다. 영탁은 불교에서는 일종의 악기로, 음악적 상징이자 영혼을 이끌고 고백하는데 사용되었다. 음악은 게임의 중요 키워드 중 하나였고.

일월보선 부채는 악을 제거하는 상징이나 악신이 저런 걸 들고 있다. 즉 자고관음은 불교와 도교의 상징을 섞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다.

 

 

그리고 자고관음의 머리엔 소뿔같은 게 달려있다. 도교와 불교에서 소는 신의 상징이나, 직접적으로 뿔을 단 신은 거의 없다. 그나마 大士爺이란 신이 좀 비슷하긴 하다. 머리 위에 작은 라따뚜이 관음상 있는 것도 똑같고. 그러나 이건 머리 뿔이 소처럼 구부러지지 않고 안테나처럼 올곧게 뻗어있다.

 

또한 소와 관련된 신과 부처는 불교에선 거의 없으나 단 하나 연관된 것이 인도신화의 '시바'다. 시바의 피부가 푸른 건 우유의 바다에서 독이 튀어나와 세상을 멸망시킬 것 같자 불사신인 시바가 독을 마셔 목구멍에 저장했고 그 독 때문에 그렇다는 신화가 내려온다. 시바의 목에 있는 건 코브라 뱀은 독과 죽음을 상징하면서도 동시에 탈피,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 게임에서 나오는 뱀 역시 그런 의미이고. 신기하네 파괴의 신이 푸른 이유가 세상을 구하려고 한 것이었다니.

 

 

그리고 저 자고관음의 발을 보면 맨발인데 이건 불화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발톱이 칼처럼 날카롭고 어두워서 대만 민속신앙에선 보이지 않는 형태의 발이다.

 

 

결론 = 이거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악령인뎁쇼?

 

 

관락음 - 환원 디보션 메인 포스터의 붉은 천의 의미

 

 

후반부 두씨가 제단 앞에서 붉은 천으로 눈을 가린 건 관락음(觀落陰)이란 도교 전통의식 중 하나다. 붉은 천으로 눈을 가리면 죽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동양의 전통VR이란 밈이 붙었다.

그리고 반교 디텐션의 영화 감독인 존 쉬는 저 관락음~전통VR게임~ 주제로 단편영화를 낸 뒤 바로 반교로 첫 장편영화를 내고. 게임제작진과 어째 쿵짝이 잘맞는다.

 

대만 민간신앙 자료를 찾아보면서 추측한건데, 두씨는 대만 민간신앙에서도 동계에서 모티브를 한 의식을 한 거 같다. 대만으로 건너온 이주민들의 지방신 + 원주민들의 토착신앙이 섞이면서 도교바탕의 다신숭배가 많아서 위에 적었듯이 자고관음이란 사이비 종교가 생겨도 모르는 신이었나 보네 넘어갈 정도로 이상하진 않다. 

 

보편적인 제신방법은 개인이 분향 후 빈손을 들고 기도하여 신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거나, 허 선생처럼 제 3자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 그 중 도교의 영매사는 접촉하려는 방식에 따라 3가지로 분류된다. 동계-신체, 신계-마음, 영계-영혼 이렇게. 그 중 신체를 통해 접신하고자 하는 동계는 많이 잔인하다. 한국에서 무당이 작두타는 것보다 더하다. 논문 읽다 궁금해서 구글링했는데 아니 쇠꼬챙이로 뭐하는거야 게임보다 더 무섭잖아.

여튼 동계는 몸에 붉은 수건을 두르고 신체학대를 통한 방식을 적용하는데, 후반부에 두펑위가 붉은 천 눈에 두르고 딸 만날려고 자해했던 것과 비슷하다.

 

 

원진궁 - 게임에서 마주하는 내적인 심상세계

부적과 붉은 천으로 눈을 가리는 관락음 의식을 시행한 두씨 앞에는 원진궁(元辰宮)이라는 영적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하려면 부적도 눈에 붙이는 것 같다.

원진궁은 사이비가 말하는 개뻥이 아니라 대만 민속신앙에 있는 개념이라고 한다. 관락음 의식 실행 후 볼 수 있는 인간의 내부에 있는 영적 공간이며, 그 안에 있는 나무 혹은 꽃의 성장을 보고 현재 그 사람의 상황을 알 수 있는데 두씨 저거 저거 암만 봐도 말라비틀어졌지.

 

 

환원의 주제 - 제목의 의미와 신앙의 대가

 

환원(還願)의 사전적 의미는 '신에게 발원한 일이 이루어져 감사의 의미로 절을 하여 예를 표한다' 혹은 '약속의 지키다'지만 대만 사람에게 이 제목은 첫번째 뜻 외에도 여러가지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1. 소원이 되돌아오다. 이걸 다른 발음으로 말하면 
2. 여전히 소원한다 
이건 엔딩곡의 마지막 가사랑 맞물림. 다음 세상에서도 여전히 당신 딸이길 바란다는 메이신의 소원으로. 누군가는 還과 발음이 비슷한 어린아이 해孩로 바꾸면 3. 아이의 소원,꿈이란 해석도 된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신앙이 다 그렇지만 소원이 이뤄지려면 신에게 기도하고 대가를 치뤄야 한다. 마치 메이신을 위해 앱이 사이비에게 돈을 퍼부은 것처럼. 그러나 환원에선 한 가정이 서로를 위해 본인을 희생하여 소원을 빈다. 아버지는 딸을 위해 경력과 돈을 바치고,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찬란했던 본인의 커리어를 희생하고. 딸은 부모를 위해 재능을 바치면서 무리하며 대회에 참가하고.
하지만 헌신 뒤에는 반드시 보상이 오지 않는다. 이건 위에 적었던 대만식 아메리칸 드림과 이어지는데, 두씨네 집안은 어쨌거나 가족의 붕괴는 원치 않았다. 스스로를 희생하면 언젠가 모두 행복해질거라고 빌었지만 자신을 돌보진 않아서 더 수렁으로 빠지고.
결국 게임에서 말하고 싶던 주제는 타인을 위해 희생하기 전 본인을 돌보는 것부터 생각하라는 게 아닐까 싶다.


두씨네 가족이 이렇게 희생한 이유는 80년대 대만의 가부장적 사회분위기와도 이어지는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만에서도 당시에 결혼한 여자는 본인 커리어를 포기하고 가정에 헌신해야 됐다. 그래서 궁리팡이 국민 대스타라도 결혼 후 다 포기해야 됐었고. 애비는 자신의 성공=자녀의 성공으로 보고. 엄마는 자신의 능력과 욕구를 포기하고 가정을 돌보는게 당연한 시대였다. 그리고 자식들은 자신의 성취를 부모의 사랑과 동일시하고, 결과가 좋아야 부모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사회분위기가 만연했다고 한다.


 

 

여담으로 대만도 한국처럼 부모들의 학구열이 엄청나서 넷플릭스에 이 주제로 시리즈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한다. 제목은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 로 SF드라마에다 한 편당 1시간 반쯤 되니 가볍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환원 시리즈글

 환원:디보션 - 게임의 종교적 상징 의미 분석, 해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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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반교를 비롯하여 게임의 결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레드캔들게임사의 반교:디텐션 후속작인 환원:디보션은 1980년대의 대만의 한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공포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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