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교:디텐션 해석(2) - 게임에 들어간 종교적 상징, 분석 정리글 (스포주의)

2020. 8. 6. 13:28Formosa/반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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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선 반교:디텐션 게임의 소품에 나오는 문화적 배경과 상징을 적었으니 이번엔 종교적 배경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게임에서는 도교, 불교 및 민간신앙을 다루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는 대만의 종교관과 관련깊다. 다종교국가이긴 하나 불교와 도교,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본성인, 외성인, 원주민들의 민속신앙까지 포함하여 몹시 다양하고 복잡하다. 또한 한국에서 제사 지내는 것처럼 대만에서 종교는 삶에 밀접한 하나의 문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강당으로 가는 길목의 반얀나무와 토지공묘

 

학교를 나오면 등장하는 반얀나무는 산에 있는 당산나무라고 한다. 원문은 수왕공(樹王公)이라 불리는데 민간신앙에서 거목에 깃든 신을 뜻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웨이와 만났을 때는 나무 앞에 있던 철망이 팡레이신 혼자 남게 되었을 때는 사라져있다. 그 옆에는 이름없는 무덤과 촛불이 켜져 있다.
이는 팡레이신의 의식세계이자 학교를 나와 처음으로 직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나무 아래에서 비밀독서모임 리스트를 건네어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게 한 그녀의 죄를 처음 직면하게 된다.

 

 

학교 밖으로 나가다보면  토지공묘(土地公廟)라고 토지신을 모시는 사당을 발견한다. 이건 서낭당과 비슷한 대만의 민속신앙이다. 왜 학교에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 이 취화고등학교 배경 모티브가 되었던 폐교에 무덤과 사당이 있어서 아닐까. 이 배경이 된 폐교에 대해서는 영화촬영의 배경이 되었던 학교와 함께 나중에 따로 적어보려고 한다.

 

학교에 붙여진 기중 종이

 

혼자 남게 된 팡레이신이 2학년인 웨이의 반을 지나치면 나오는 글자인  기중(忌中)이란 종이가 붙여있다. 반교 영화에서도 이 종이가 곳곳에서 등장하고. '상중'의 뜻과 동일하고 게임에선 '어린 사람이 죽다'로 번역됐으나 사실 대만에선 또다른 의미가 있다.

 

사진출처 : 影 一 製作所

대만에서 흰색 종이에 검은색 문자를 적으면 한 가정이 장례식을 겪고 있으며, 흰 머리의 인간은 살고 있으나 검은 머리의 인간이 죽었다는 의미다. 즉 그곳의 조부모, 부모세대는 여전히 살고 있으나 집안의 젊은이가 죽었다는 것을 알린다. 

이는 계엄령시기에 죽은 학생들을 의미하는 말이자 팡레이신의 의식 속에서 사망한 사람은 웨이지만, 사실 육체적으로 죽은 건 그녀고 그 의미를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있다.

 

 

노트에 적힌 팔괘의 힌트

 

첫번째 단서인 부적같은 종이는 첨시(籤詩)로 제비를 뽑아 길흉을 점치는 시다. 종이에 적힌 '제 44수(第四十四首)', '하첨(下籤)'은 가장 흉한 점으로 앞으로 진행될 불운과 비극을 암시한다.

 

 

 

지전태우기와 화로에 꽂는 향  

 

 

 

 

팡레이신은 학교에 빠져나가기 위해 점을 치려고 한다. 이는 어느정도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거라고 추측된다. 본인 스스로는 엄마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신에게 기도만 하면 다 잘될거라는 민간신앙에 기대는 걸 못마땅했었지만. 

화로에 지전을 태우는 건 본질적으로 사람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팡레이신 역시 어머니가 했던 것처럼 가까운 사람들을 팔아넘겨 본인의 욕망을 채우려 했고.

 

그 뒤 나오는 건 천공로(天公爐)라는 화로다. 사원에서 기도드리기 전 신들의 왕인 옥황상제에게 예를 올리기 위해 난로에 향을 꽂고 기도하기 위해 사용된다. 게임에서는 이 화로를 사용하기 위해 향이 필요하는데  그걸 구할 수 있는 장소는,

 

 

영사실 안 웨이의 무덤에 꽂힌 향을 가져와야 된다. 묘지에서 물건을 왜 가져와 불길하게스리. 사실 종교적 의미에서 향을 꽂는 건 게임에서 언급되었듯이 신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다. 향을 꽂아서 자신의 내면이 하늘로 닿기를 바라는 기원이다.
 

게임에서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평소 아무말도 하지 않는 당시의 사람들을 상징한다. 모든 감정, 생각, 표현을 참고 이 모든 단어들은 신들에게만 전하는데, 아이고 적어도 딸과는 대화를 했어야지.

아마 팡레이신은 내면과 소통하기 위해 웨이의 무덤에서 향을 가져온 것이지만, 팡레이신은 웨이를 이용해서 모두를 위험에 빠트렸다. 웨이의 묘에 꽂힌 향을 가져온 건 먼저 웨이에게 했던 죄를 깨달아야 자신의 죄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로 추측된다.

 

 

게임에서 웨이에 대한 죄책감은 여기 말고도 초반에 나온다. 제물의 피를 바치는 건 도교의 의식 중 하나로 동물의 피를 사용한다. 근데 학교에 남아있는 동물도 없으니 웨이의 피를 사용하고. 이 역시 웨이에 대한 팡레이신의 죄책감 중 하나다.

 

사실 노트에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 남자 학생은 전부 웨이를 닮았고, 여자 귀신은 전부 팡레이신과 비슷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웨이는 살아있으나 팡레이신은 죽은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는 셈.

 

 

 

+) 게임에서 삭제된 메모들

 

 

원래는 지전태울 때 향 3개를 태운 뒤 불태우는 과정을 넣었다고 한다. 무엇이 먼저인가 제작진끼리 토론하다 우리도 모르는데 아예 모르는 플레이어들은 어찌 알겠냐며 간단히 지전만 태우는 걸로 심플하게 진행되면서 삭제되었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점칠 때 나오던 쟈오베이(筊杯) 쪽지도 삭제.  민속신앙 중 하나인 즈쟈오(擲筊)라는 의식에 사용되는 도구로 신의 뜻을 알려준다. 음양을 상징하는 쟈오베이는 던지기 전 게임에 나왔던 것처럼 신 앞에서 자기소개를 한 뒤 3개의 향을 피우고 신에게 예/아니오를 묻는다. 그 외에도 제사 지낼 때 조상신의 예/아니오 점칠 때 사용되는데 

 

- 조상님 가셨음? / ㄴㄴ

- 조상님 아쫌 이제 가셨음? / ㅇㅇ

하면 제삿상 치우고 제사가 끝난다.

하지만 노트의 텍스트가 너무 길어서 테스트할 때 제작진 친구도 플레이 도중 헷갈려했다고. 그래서 그냥 던진 뒤 등장인물의 미래에 대한 점만 표현하게 했다고 한다.

 

 

게임에 나오는 귀신들

첫번째는 망량. 게임에 나왔듯이 팡레이신 자신이자 구천을 떠도는 원혼을 상징한다.

 

두번째는 귀신 차사. 저승사자와 비슷한 역할이나 여전히 세상에 남아있기를 원해서 저승을 떠도는 팡레이신에겐 잡히면 안되는 존재다. 이 귀신을 피하는 방법은 빛 아래에서 들키지 말고, 눈을 마주치지 말 것. 계엄령 시대의 금기와 동일하다. 누군가 나를 지켜 보고 있으며 들키면 안 된다. 이는 팡레이신의 어머니가 했던 고발을 모방하여 싫어했던 사람을 치우고자 한 팡레이신의 행동과도 이어진다.

 

 

세번째는 거대귀신으로 총 2번에 걸쳐 나온다. 이 유령을 만나면 숨참는 것도 소용없고 무조건 도망쳐야 된다. 이 귀신은 학교에 있던 교관같은 존재이자 국가의 권력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교장의 그림자라 불렸던 교관은 선생이 아니라 학생을 감시하는 군인에 가깝다. 불순사상을 가진 학생을 적발하거나, 심하면 고문까지 했다고. 계엄령 당시 학교에서 가장 지위도 크고 두려운 존재라서 이렇게 무시무시하게 나왔다고 한다. 대만에선 아직까지 교관이란 존재가 있긴 하지만 현재는 학생안전을 지키는 학주에 가까운 듯. 이것도 교육과정 바뀌면서 곧 사라진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게임오버될 때 마다 힌트를 주는 노파는 그 존재를 이렇게 얘기한다.

 

무인칠살파군성(武人七殺破軍星).
살파랑(杀破狼=늑대를 죽이는 사람들),군대, 경찰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게임에 나오는 귀신에 대해 찾아보다가 자미두수 언급이 되길래 이게 여기서 왜 나와??? 찾아보니까 어이가 없었는데... 시경 소아편에 나오는 점점지석(漸漸之石)과 관련있는 듯 하다. 노파가 말하는 '동쪽으로 정벌나간 무인, 하루 아침 여가도 없어라( 武人東征,不皇朝矣)' 의 문구와 관련있는 것 같은데 더 자세히는 모르겠다.... 무인칠살파군성이란 언급은 중어판을 번역한 모바일버전에서만 나오고 영어판을 번역한 PC, 스위치에선 다르게 언급된다. 반교의 번역에 관해서도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은데 이 역시 언젠가 포스트하겠지. 

여튼 저 존재는 국가가 장악한 세력, 잡히게 되면 자아와 자유를 뺏기게 된다. 저 귀신에게 잡히게 되면 목이 졸리면서 숨이 막히는 소리를 낸다. 이후 게임오버 되고 나레이션에 언급되듯이 이 질식할 것 같은 상황은 팡레이신의 내면에서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孟婆孟婆

게임오버 될 때마다 언덕을 내려가면서 힌트를 주는 노파의 정체는 중국민속신앙에서 저승을 지키는 '맹파'. 지옥에서 떠도는 영혼들에게 탕약을 줘서 이승에서의 기억을 잃게 만들고 다리를 건너 지하세계를 떠나 환생하게 도와준다. 그러나 팡레이신은 죄책감때문에 나가는 다리가 무너진 학교이자 지옥을 계속 떠돌고 있으니 그 안타까움에 계속 힌트를 주고 있는 것.

 

 

문을 지키는 흑백무상(黑白常), 대만에선 저승사자와 비슷한 신이다. 모바일버전에선 사씨장군(사필안)과 범씨장군(범무구)로 나오긴 했는데. 유래는 중국 도교 신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문을 열기 위해 필요한 부채 등은 두 신의 상징물.

 

여담으로 플레이어들이 밝힌 옥의 티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흑백무상의 문으로 가는 길에는 벽화가 그려져있는데, 원래이런 벽화가 그려진 종교사원에서는 양쪽 다 동일한 그림이 아니라 좌우 다른 그림을 넣는다고 한다.

 

 

반교에 나오는 신들은 당시 사람들의 삶에서 밀접하고 일상적인 신들이다. 염라대왕, 저승사자, 마쭈와 같이 좀 더 대중적이고 급이 높은 신들이 아닌, 흑백무상과 성황신이 나온 것도 그 이유.  성황신 역시 도교의 민속신앙에서 비롯된 것이며 죽은 자를 지키며 권선징악과 법을 지키는 신이다. 뒤에 적힌 문구는 威靈海內, 온 천하에 위엄을 떨치다. 성황신을 모시는 사당에 자주 볼 수 있는 명패다.

 

 

그 외

 

학교 곳곳의 벽면에 나오는 불경, 나무아미타불은 죄를 용서받기 위한 팡레이신의 무의식의 일부다.

 

 

 나무아미타불 염불은 팡레이신과 웨이가 학교를 빠져나가기 위해 지나친 수위실 옆 나무기둥에도 적혀있다. 이후 세월이 지난 뒤 다시 학교로 돌아온 웨이의 옆 나무기둥엔 '예수'라 적혀있다.

 

 

게임에서 세이브 하기 위해선 불단 앞에 가야 한다. 그마한 불단 앞에서 팡레이신은 기도 드리는데, 영어판에선 '축복받는 느낌이다' 라고 약간 어중간하게 번역되었다면 중어판에선 '신께서 보우하소서'라는 대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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